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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문인들의 옛집에서 고즈넉한 추억과 마주하다

by 호박달빛 2010. 11. 24.

pd문인들의 옛집에서
고즈넉한 추억과 마주하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는 걷기 좋은 길이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정돈되지 않은 느낌의 들쑥날쑥함이 때론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오래된향기가 나는 건물과 세련되지 못한 거리의 모습에서 수더분한 매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 길 위에 그윽한 정취가 살아 숨 쉬는 세 작가의쉼터 또한 만날 수 있다. 최순우와 이태준, 한용운의 집이 바로 그곳이다. 깊어가는 가을, 지친 마음에 편안함을 만들어 줄 휴식 같은 행복 찾기지금부터 시작해 보자.

내셔널트러스트 시민문화유산
소박한 들꽃향기 가득한 최순우의 옛집

말끔하게 정돈된 최순우의 옛집은 1930년대 건축된 근대 한옥으로 혜곡 최순우 선생이 1976년부터 1984년 작고할 때까지 살았던 곳이다. 최순우선생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한 고고미술사학자로 ‘한국의 미’ 발전에 평생을 바쳤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와 버스를 타고홍익중고 정류장에서 내리면 건너편에 등촌칼국수가 보인다. 등촌칼국수를 끼고 오른쪽 옆 골목으로 10m 정도 올라가면 쉽게 최순우의 옛집을 찾을수 있다. 내셔널트러스트 시민문화유산 제1호로 지정된 최순우의 집은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 관광명소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과 기부를 통해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ㆍ문화유산을 시민주도로 영구히 보존하는 운동

집은 서울 경기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는 ‘ㄱ’자 모양의 바깥채와 ‘ㄴ’자 모양의 안채가 맞물린 ‘ㅁ’자형 민가형태로 꾸밈없이 소박한 느낌을준다. 특히, 넓은 뒤뜰로 햇살이 넉넉하게 잘 들어와 북향이지만 안채를 따뜻하게 비춘다. 뒤뜰에는 선생이 심어놓은 꽃과 나무가 있다. 단풍나무,감나무, 생강나무, 산수유 등 여러 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선생은 화려한 서양의 꽃보다는 조촐한 맛이 있는 들꽃이나 산꽃을 좋아했다. 건넌방 툇마루에는혜곡 최순우 선생의 글을 엮은<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와 수필집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는 책이 놓여 있어 방문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

이태준의 고택을 찻집으로
더딘 시간의 매력, 수연산방

최순우 옛집에서 나와 큰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간송미술관이 나온다. 작은 미술관이지만 평소 보기 어려운 한국 미술품을 볼 수 있어 전시기간(봄,가을)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미술관을 지나면 오래된 고택 ‘수연산방’을 만날 수 있다. 수연산방은 소설가 이태준이 살던 집을 찻집으로 개조한곳으로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대문의 문턱을 넘는 순간 현실과 다른 공간에 발을 내딛는 느낌이 든다. 수연산방에서는시간이 더디게 흐른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대청마루에 앉아 전통차를 마시며 느긋느긋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잠시 현실을 잊고 오래된 고택에서 자연과 더불어 전통차를 마시며, 마음속에 오래 묵혀둔 갈증을 해갈한다. 수연산방은 한국의 모파상이라고 불리는황진이, 왕자호동 등을 집필한 작가 이태준이 1933년부터 1946년까지 거주하며 정지용, 이상, 김유정 등과 문학적 교감을 나눈 곳이기도 하다.현재 그의 외종 손녀가 이태준의 당호를 딴 수연산방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찻집으로 운영 중이다. 내로라하는 현대문학 작가들의 문학적 교류가 있었던곳인 까닭인지 수연산방은 오래된 기품을 풍겨낸다. 또한, 소담스럽게 내오는 차와 다과류가 일품이다.

청빈한 삶을 그리다
곧은 소나무의 절개가 베인 ‘한용운의 심우장’

수연산방에서 나와 마지막 코스인 한용운의 ‘심우장’으로 향하는 길은 멀지 않다. 큰 도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성북 우정공원에 못 미쳐 좌측에‘심우장’이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그 푯말을 따라 가파르고 좁은 골목길을 5분 정도 오르면 심우장이 보인다. 심우장에서 심우(尋牛)란 목동이소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소를 사람의 마음에 비유해 잃어버린 나, 진리를 찾아가는 구도의 모습을 표현하는 뜻이다. 심우장의 문은 24시간 개방이되어 있어 언제라도 한용운 선생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대문으로 들어서면 왼편에는 소나무, 오른편에는 은행나무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마침 필자가 심우장을 찾았을 때는 평일 오후 한적한 시간대라 방문객이 없다. 그저 너무나도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집채만 우둑하니 서 있는 까닭인지쓸쓸한 느낌이 든다. 뒤뜰을 통해 집을 한 바퀴 돌며 ‘님의 침묵’ 시 한 구절을 떠올려 본다. 1933년 만해 한용운이 지은 심우장은 흔히 남향으로지어진 한옥에서는 보기 어려운 북향집이다. 독립운동가였던 그가 남향으로 터를 잡으면 조선총독부와 마주 보게 돼 이를 거부하고 북향으로 지었다고한다. 그의 굳세고 강건한 절개가 거짓 없이 느껴지는 듯하다. 성북동엔 이처럼 문인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베인 고택이 있다. 이번 주말 지인과 함께넉넉한 마음으로 성북동 걷기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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