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에서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주인공은 가진 돈을 모두 기부하고 여행을 떠난다. 최종 목적지는 알래스카.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춰 살기 보다는 자연을 만끽하는 게 진정한 행복이라며 2년간 산과 계곡, 바다로 모험하며 사람들과 교감을 쌓아간다. 이 영화는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라는 청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상상을 해본다. 젊었을 때 모든 것을 접고 떠나거나 적어도 노후에 반려자와 손잡고 느긋이 세계여행을 떠나는 걸 말이다. 잘 나가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세계여행길에 나선 30대 부부가 있다. 이정현(34)ㆍ정미자(36) 부부가 그 주인공. 이들은 2007년부터 1년간 세계를 유람하다 2008년 6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정착해 민박집 '남미사랑'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또다시 세계여행을 떠날 꿈을 꾸고 있다. 제2의 인생은 나이 들어 은퇴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 이들 부부를 만났다. 이들 부부는 가족과 친지를 만나러 고국에 잠시 들른 참이었다. 5,000만원으로 떠난 세계여행 남편 이씨는 대우인터내셔널에 다니고 있었고, 부인 정씨는 NHN에 다니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문득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문제는 바쁘고 힘들지만 이를 개선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부인 정씨는 어지럼증이 생겨 병원을 찾았지만 병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그리스와 이탈리아 로마로 휴가를 떠났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모은 돈으로 2년간 세계여행을 하기로 했다. 여행을 떠나자 어지럼증도 씻은듯이 사라졌다. 원인은 스트레스였던 것이다. 이들 부부가 모은 돈은 1억원 가량. 1년간 북미와 중미, 남미에 걸쳐 12개국을 도는 데 5,000만원 정도가 들었다. "한 사람이라면 2,000만~2,500만원 가량을 모으면 세계여행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은 말이다. 영어가 원어민 수준이 아닌 다음에야 취업비자 없이 여행하면서 돈 벌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쓰고 남은 나머지 5,000만원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민박집을 내고 정착하는 데 썼다. 사람과 자연이 남미만의 매력 세계여행 계획을 수정하고 남미에 머물게 된 것은 부부가 1년간의 여행에 지치기도 했지만 남미만의 매력 때문이기도 하다. 하늘이 내려준 자연과 순박하고 친절한 사람, 여유로운 문화 등이 이들을 붙잡았다. "칼라파테의 모레노 빙하 높이만 200m나 됩니다. 보고만 있어도 좋지요. 잉카 문명의 수도인 쿠스코의 마추픽추와 이과수 폭포,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등 유적지는 물론 각 지역의 축제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관공서나 시장, 버스 안에서 어린이와 여성을 최대한 배려하는 것도 아르헨티나의 또 다른 매력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문을 연 민박집 '남미사랑'에 현재까지 거쳐간 한국인은 1,000여명이 넘는다. "남미를 찾는 사람은 여행에 대한 각오가 남다릅니다. 한마디로 사서 고생하러 온 사람들이죠. 예전에는 패키지, 배낭여행 두 분류로 관광객들이 나눴다면 이제는 다양해졌습니다." 이들 부부의 민박집에 묵은 사람들은 다양했다. 자전거로 남미 전역을 돈 학생도 있고, 광장에서 불쇼 공연으로 경비를 마련한 뒤 남미를 여행한 학생도 있다고 한다. 배낭여행을 온 60대 부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또 한번의 세계여행을 꿈꾸다 이들 부부는 한국을 떠난 지 3년2개월 만인 지난 7월 중순 두 아들 한규(7)와 은규(2)를 데리고 한국 땅을 밟았다. 가족과 친지는 물론 9,4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카페 남미사랑 회원과도 직접 만나기로 했다. '세계여행을 택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부부는 동시에 "없다"고 답했다. '힘들었던 적은 없었느냐'는 물음에는 즉답을 하지 못했지만,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같은 패턴으로 되풀이 되는 게 아니어서 어려운 상황에 닥쳐도 풀어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수많은 과제를 거치면서 점점 커가고 있다는 것도 느끼죠." 이들 부부는 작은 아들 은규가 크면 다시 자동차를 타고 세계여행에 나설 생각이다. 아직 유럽과 중동, 동남아 등 하지 못했던 여행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부부는 민박집을 기반으로 '여행자금 만들기'에 들어갔다. "민박집을 하면 어떤 사람이 찾아올까 설레고 기대도 생깁니다. 항상 하는 얘기는 여행입니다. 가본 곳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은 가보고 싶어 가슴이 뜁니다." 부부는 여행객을 만나고, 여행을 꿈꿀 때에는 언제나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한국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0-08-12 21:06 최종수정 2010-08-12 21:41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출처] 직장 떠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민박집 차린 이정현ㆍ정미자 부부|작성자 샬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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